백사면 송말리 원적산과 여주군 산북면 안산과의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있는데,

크고 넓은 바위가 양편으로 널려 있으며, 한쪽 벼랑 밑에는 큰 못이 있어요.

현재 수심은 그다지 깊지 않으나 옛날에는 물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고 해요. 이곳을 여기수, 또는 여계수라고 합니다.

고려 제 31대 공민왕때 만주로 진출하여 랴오양을 점령하였다가 원나라 군대에게 쫓기게 된 홍건적은 퇴로를 한반도로 잡아 1359년(공민왕 8)에 고려를 침범하였어요. 이 해 12월 홍건적의 장군 모거경 등은 4만의 무리를 이끌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일거에 의주· 정주· 인주· 철주 등을 차례로 함락하고 이어 서경을 점령하였지요.

그러나 곧 편장 이방실, 안주만호 안우 등이 이끄는 고려군의 맹렬한 반격을 받아 서경을 버리고 퇴각하다가 다시 고려군의 추격을 받고 궤멸되어 겨우 잔병 300명이 압록강을 건너 달아났다고 해요.

그후 홍건적들은 수군을 동원하여 황해도와 평안도의 해안지대를 침범하다가 1361년(공민왕 10) 10월에 다시 반성· 사유· 관선생· 주원수· 파두반 등이 10만여명의 홍건적을 이끌고 압록강을 건너 2차 침입을 하여 수도 개경에 육박하여 왔답니다.

홍건적이 개경으로 진군한다는 보고가 있자 공민왕은 이천으로 난을 피하고 도지휘사 이방실, 상원수 안우 등이 홍건적과 대적하여 싸웠으나 수가 많은 홍건적을 이기지 못하고 패하여 개경은 이들의 손에 함락되고 말았어요.

홍건적은 이후 수개월 동안 개경을 중심으로 머물면서 잔학한 짓을 자행하고 그 일부는 인근의 고을들과 원주· 안주 등지까지 침탈하였지요.

개경이 함락되고, 성에 남아 있던 부녀자, 노인, 어린아이들이 앞을 다투어 도망가니, 그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홍건적은 개경에 주둔하며 온갖 약탈을 자행하는 잔악한 행패를 부렸다고 해요.

이때 왕을 모시고 따라온 궁녀(宮女)들은 개경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왕조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통곡을 하며 이대로 홍건적에게 붙잡혀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어 깨끗한 몸을 보전하고자 했다고 해요.

그래서 치마로 얼굴을 가린 꽃다운 궁녀들이 차례차례 깊은 계곡 아래로 몸을 던져 한 많은 최후를 마치게 되었답니다.

그리하여 후세 사람들은 이곳을 여기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여름철 피서지로 이산에 놀러오는 휴양객들의 휴식처로 되어 있을 뿐 한 많은 궁녀들의 깨끗한 죽음은 다만 몇몇 사람들에 의해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고 있지요.

그 후 12월경 왕은 복주(福州: 안동)에 이르러 정세운을 총병관으로 삼아 군사를 지휘하여 적을 토벌케 하였어요.

그리하여 1362년 1월이 되자 총병관 정세운은 이방실· 안우· 김득배 등 장수 들과 함께 군을 수습, 홍건적을 크게 무찔러 개경을 수복하고 난을 평정하였답니다. 개경을 수복할 때 동북면의 상만호이던 이성계는 사병 2,000명을 이끌고 선봉에서 적장 사유· 관선생 등의 목을 베는 등 큰 공을 세워 두각을 나타냈어요.이로써 중국 직례지에서 일어나 만주에 진출한 홍건적은 고려에 대한 2차의 침공으로 오히려 고려에 의해 전멸상태에 빠지게 되었지요. 고려는 비록 홍건적의 난을 평정하였지만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나라 또한 막대한 타격을 입어 국운이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답니다.   

이천시내에서 백사면 현방리로 가다보면 ‘휴궁교(休宮橋)’라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 피난을 나왔던 공민왕이 이 다리 위에서 잠시 쉬어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그리고 공민왕이 머물렀던 봉우리는 지금도 ‘공민봉’이라 부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