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암의 유래

팔성산(八聖山) 기슭에 있는 전암동은 마을 뒷산에 있는 전암이라 불리우는 바위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해요. 전암은 그 생김새가 도포를 입은 한 노인이 아이를 앉혀 놓고 글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답니다.

오래 전 옛날의 일이예요.

어느 날 포의(布衣)를 입은 처사(處士) 한 사람이 홀연히 전암에 나타났어요. 그 처사는 바위 위에 초옥을 짓고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 세월을 보냈지요. 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신선이 나타났다고 모두들 수군대었답니다.

그는 도인처럼 살면서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지냈지만, 이따금 사람들이 찾아와 학문의 길을 물으면 흔쾌하게 맞아들여 진심으로 사리(事理)를 일깨우고 가르쳤으므로, 뭇선비들이 그를 전암 선생이라 부르며 존경했지요. 나중에 전암 전생이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그후로는 찾는 사람이 없어 초옥은 쓰러져 흔적마저 없어지고 바위만 외롭게 남게 되었어요. 전암 선생의 이야기도 차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지금은 그의 이름마저도 알 수 없게 되었답니다.

이 전암동에는 또하나의 옛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지금은 율면 일대에서 피(皮)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지만, 지금부터 약 300여 년 전 만해도 전암동이 피씨촌(皮氏村)으로 불릴 만큼 많은 피씨들이 살았다고 해요.

이 피씨 문중에 솜씨가 뛰어난 석공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석공이 하루는 전암을 바라보다가, 저 바위를 깨뜨려 다듬은 돌로 멋진 집 한 채를 지어 솜씨를 자랑해야겠다고 생각을 품었답니다. 석공은 망치와 정을 들고 전암 위로 올라가 바위를 쪼개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며칠이 걸려서야 겨우 구멍 하나를 뚫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속으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바위 구멍 속에서 흰 비둘기 한 쌍이 나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는, 이어서 시뻘건 선혈이 뿜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석공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졸도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 기이한 사건이 있은 후로는 피씨 문중에 갖가지 재난이 끊일 날이 없더니, 결국은 한집 두집 망하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모두 마을을 떠나고 말았지요. 지금도 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전암 근처로 이사를 오면, 반드시 집안이 망해 버려 결국은 마을을 떠나게 된다는 전설이 남아 있답니다.​​